배우자 불륜 메시지 몰래 촬영한 사진···대법, “민사 증거로 인정”
녹음파일 증거 능력은 인정 안 돼
대법원, 배우자의 휴대전화 찍은 사진 증거로 사용할 수 있어

【합동뉴스TV】 최윤정 기자= 배우자의 불륜을 휴대전화 화면을 몰래 찍어 외도 증거로 위자료 소송에 낸 행위에 대해 증거 능력이 인정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유죄 판단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사생활 침해 정도보다 진실 발견의 가치가 더 크다면 민사소송에서는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가 자신의 배우자와 부정한 관계를 맺은 B씨 등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를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배우자와 이혼소송 중이던 지난 2019년 배우자의 차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해 배우자와 B씨 등의 대화를 녹음했다.

 

또한 배우자 휴대전화에 보관된 문자메시지와 사진, 동영상 등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해 저장했다.

 

A씨는 2022년 1월 B씨 등을 상대로 ‘배우자와의 외도행위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며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이를 증거로 제출했다.

 

이 소송의 쟁점은 A씨가 낸 증거들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느냐는 취지였다.

 

앞서 A씨가 배우자의 차에 녹음기를 몰래 설치하거나 휴대전화를 몰래 촬영한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으며 배우자 휴대전화 속 문자·사진 등을 몰래 촬영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와 관련 피고들은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에 해당 증거들도 ‘위법수집 증거’로 증거 능력이 없다는 게 주장이었다.

 

대법원은 일부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피고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가 차에 녹음기를 설치해 녹음한 대화에 대해선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해서는 안 되고, 이런 녹음파일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을 근거로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가 배우자의 휴대전화를 찍은 사진은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몰래 녹음한 행위처럼 ‘개별 법령에 증거 능력에 관한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가 아닌 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해서 민사소송에서의 증거 능력이 일률적으로 부정되지는 않는다고 전제했다.

 

대법원은 “민사소송법은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면서 형사소송법과 달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 능력을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상대방의 인격적 이익과 실체적 진실 발견의 가치를 비교형량했을 때 증거들의 내용, 원고와 배우자, 피고들 사이의 관계 및 분쟁의 양상에 비춰보더라도, 증거 수집 행위로 인해 배우자와 피고들의 인격적 이익이 중대하게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대법원은 “부정행위 사실에 대한 증거로서 필요성이 크고, 증거확보의 긴급성 역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소송에서 쟁점이 됐던 ‘몰래 녹음’의 증거 능력은 웹툰 작가 주호민씨 아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특수교사 사건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이번 판결은 최근 주씨가 ‘몰래 아들의 옷에 넣어둔 녹음’의 증거 능력이 쟁점이 된 특수교사 아동학대 사건 등과 맞물려 있어 향후 유사 소송의 증거 채택 범위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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