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뉴스TV】박선아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등 재판에 개입한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을 받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6)에 대해 법원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오늘(27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2-1부(재판장 홍지영)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남다른 열정과 추진력으로 업무를 수행했으나 사법부 목표와 현안이 시급하다는 점에만 몰입해 원칙과 기준을 위배했다”며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은 법관이 내외부 세력의 간섭과 영향을 받지 않고 공정한 재판을 하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본분을 망각하고, 사법부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했다”고 이유를 들었다.
다만 “피고인은 큰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낀다고 토로하고, 이 사건과 관련해 500일 넘게 구금되기도 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며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관련 사건이나 홍일표 전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등을 검토하도록 행정처 심의관에게 지시하는 등 일선 재판에 개입하고, 법원 내 내 학술모임을 부당하게 축소하려 한 혐의를 받아 지난 2018년 11월 기소됐다.
지난해 2월 1심 법원은 “중대 범죄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에 3년을 선고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법원이 무죄로 판단한 내용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면 판매를 중지시킬 법적 압박 수단을 검토하고, 행정처 심의관에게 문건을 작성하도록 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뒤집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정보나 자료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선고 후 ‘1심과 같은 형량이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했다고 재판부가 지적하기도 했는데 하실 말씀 없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피고인이기 때문에 재판 관련 말씀은 안 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임 전 차장과 마찬가지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77)과 고영한(70)·박병대(67) 전 대법관의 항소심 선고는 내년 1월30일 오후2시로 연기됐다.